
< 게임과 AI 에이전트 그리고 온체인 경제 - 다음 10년의 신뢰 아키텍처 >게이머로서 NDC(Nexon Developer Conference)는 오랜 시간 동경하던 행사였다. 그 무대에 연사로 초대받아 '게임과 AI 에이전트 그리고 온체인 경제'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행사장을 돌아보며 넥슨은 정말 게임을 사랑하는 회사라고 느꼈다.발표의 핵심은 세 단어였다. 게임. 에이전트. 신뢰. https://ndc.nexon.com/session?day=3&session=101게임은 비인간 경제 주체를 가장 먼저 만난 산업이다. 봇이 그랬다. 자동 사냥, 작업장, 골드 파밍. 봇은 사람처럼 접속해 반복 행동을 하고 보상을 가져가고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 번호판 없는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았다. 문제는 자동화가 아니라 신원과 책임이 없는 자동화였다.그래서 AI 시대에는 탐지하고 차단하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에이전트에게 신원을 부여하고 권한과 책임을 관리해야 한다. 공항을 떠올리면 쉽다. 여권이 있고 비자가 있고 보안 검색이 있다. 에이전트도 식별하고 권한을 검증하고 정산할 수 있어야 한다.LLM과 에이전트는 다르다. 챗GPT나 클로드는 답을 잘하는 똑똑한 검색창이다. 에이전트는 기억과 권한과 도구를 갖고 실제 행동까지 수행한다. 피드백 루프를 돌며 스스로 개선하고 일을 끝까지 마친다. 챗GPT를 잘 쓰는 것만으로 AI를 잘 쓴다고 믿으면 착각이다. 개인 에이전트를 만들어 자동화 루프를 경험하지 않으면 AI 잠재력의 1%도 쓰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의 역할도 직접 플레이하는 사람에서 목표를 제시하고 검증하는 감독자로 바뀐다.게임의 재미도 바뀐다. 직접 조작에서 여러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전략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포켓몬 레드 해커톤에서 100명 넘는 지원자 중 선발된 참가자들이 에이전트가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설계하고, 실패하면 고치는 과정을 반복했다. 모두가 입을 모았다. 직접 하는 것보다 AI에게 훈수 두는 게 더 재미있다고. 내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에이전트가 실패하면 수정해주고 더 똑똑하게 만들 수 있다. AI 파티 구성, AI 군단 운영 같은 새로운 플레이가 열린다. 기피되던 힐러나 서포터를 AI가 대신할 수도 있다. 캐릭터와 아이템을 거래하던 시대에서 에이전트 자체를 사고팔고 대여하고 그 성격과 전략에 투자하는 시장으로 확장될 수도 있다.MMORPG는 이미 현실 경제였다. 화폐, 경매장, 공급과 소멸, 인플레이션, 거래, 투자, 길드. 플레이어는 노동자이자 상인이자 투자자였다. 게임 회사들은 이 경제를 수십 년 운영해왔다. 앞으로 에이전트는 자동 사냥을 넘어 거래 시점을 판단하고 자산을 운용하고 다른 에이전트를 고용하는 경제 주체가 될 것이다.여기서 블록체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에이전트가 서로 거래하고 협업하려면 증명이 필요하다. 누구의 에이전트인지, 무엇을 했는지, 과거 신뢰도는 어떤지. 에이전트에게도 여권과 평판과 감사 로그가 필요하다. 블록체인은 그 신원과 거래 기록과 신뢰를 관리하는 장부가 된다. MCP, A2A, 스테이블코인 결제, ERC-8004. 이 표준들이 AI 경제의 기반이 될 것이다.머지않아 게임이라는 장르의 본질도, 게이머의 경험도 에이전트와 함께 크게 달라질 것이다. 내년 말이면 선진국에서는 1인 1에이전트 시대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 사람들은 묻게 될 것이다. 왜 내 AI 에이전트는 이 게임에 접속할 수 없느냐고. 게임 산업이 AI 에이전트 사회의 헌법을 가장 먼저 설계하고 검증하게 될 것이다. 많은 변화와 새로운 기회가 열린다. 그 청사진의 일부를 나눌 수 있도록 초대해준 넥슨에 감사하다.
